Dracula’s castle (출처: http://www.yoshay.com/when-literature-meets-history)



[각주:1]

과묵한 남자와 그것을 벌충할 만큼 수다스러운 남자 두명이 길을 떠났다. 그 중에 젊은 남자는 삼림감독관을 하는 닉 데크이고, 또 다른 남자는 파타크 의원醫員으로 모두 웨트로슈 마을 사람들이다.


웨트로슈 마을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일부인 트란실바니아[각주:2]에 있는 작은 마을로 산업 중심지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문명의 이점을 얻지 못했다. 또한 자연이 주는 혜택도 받지 못한 웨트로슈 마을은 길, 그저 넓은 길 뿐이다. 그리고 마을의 하나뿐인 길을 따라 60여 채의 집들이 불규칙하게 무리지어 있는 작은 마을이다.


그런데 그 마을사람 둘이 길을 떠나고 있다. 목적지는 카르파티아 성城. 그들이 가는 카르파티아 성城의 유래는 12세기나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각주:3] 건축가가 누구인지 확실치 않은 그 성의 소유자는 고르치 남작 가문으로 아득한 옛날부터 이 지방의 영주였다. 한때 독립을 위해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을 했던 그 가문은 모두 쓸쓸히 사라졌고 이제 마지막 남은 인물은 로돌프 데 고르치 남작이다. 그러나 그도 동참했던 헝가리의 압제에 저항하는 루마니아 농민의 휴혈 봉기가 패배하자 성을 떠나게 되었고, 성의 일부는 폐허가 되어 버렸다. 그후 마을 사람들에게 카르파티아 성은 버려진 성, 유령이 나오는 성, 신비로운 성 등으로 환상이 가득 채워졌다. 그것은 웨트로슈가 있던 트란실바니아가 유럽에서도 가장 미신적인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명의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하고 초자연적인 믿음을 버리지 못한 마을에 한 유대인 상인으로부터 망원경을 구하게 되고, 망원경으로 카르파티아 성에 연기煙氣가 솟아 오르는 것을 보게되자 조용하던 마을은 술렁이게 된다. 결국 그 이유를 밝히고자 두 사람이 그 성을 향해 길을 떠났고, 그들이 바로 닉 데크와 파타크이다.


그러나 그들은 카라파티아 성의 비밀을 밝히는데 실패한다. 파타크는 공포에 휩싸인 채, 닉 데크는 작은 부상을 입고 마을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돌아오고, 평소 신을 믿지 않지만 악마는 믿었던 파타크 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갑자기 무시무시한 굉음이 대기를 가득 채웠어요. 그보다 들짐승이 포효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겁니다. () 아아! 정말 무서운 광경이었어요! (…) 나는 싸우려고 했지만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 그 순간 비명이… 실로 무시무시한 비명이 들여왔습니다. 그 소리를 낸 사람은 닉 데크였어요."[각주:4]


웨트로슈 마을 주민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모두 그 고장을 떠날 이야기만 하였다. 실제로 몇몇 집시 가족은 그런 성 근처에 살기 싫다고 마을을 떠나기도 하였다. 그러던 그곳에 낯선 남자 둘이 찾아온다.


그들은  프란츠 데 텔레크 백작과 그의 하인인 로츠코이다. 둘은 루마니아 지역을 여행하던 중 웨트로슈 마을을 지나게 되었고, 요나스가 운영하는 (그 사건 이후 두려움으로 마을 사람들이 기피하는) '마티아스 대왕'에 묵게 되었다.  뜻밖에 지체높은 사람의 방문에 마을 사람들은 기뻐하고, 아무도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카르파티아 성에 대해 우연히 알려주게 된다. 악마와 유령의 짓이라는 마을 사람들 얘기에 그저 상상일 뿐이라고 단정하며 큰 흥미를 갖지 못한채 다음날 떠나려고 했던 텔레크 백작은 그 성의 주인이 로돌프 데 고르치 남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질정도로 놀라게 된다.


텔레크 가문은 루마니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가문이다. 어린시절 크라요바 성을 떠나지 않은 채 살았던 텔레크 백작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자신의 지평을 확대하고자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가수 스틸라에게 사랑에 빠진다. 그곳에는 스틸라의 음악의 매혹에 빠진 또 다른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고르치 남작이다.


라를 만나기 위해 찾아드는 다른 남자들과 달리 고르치 남작은 무대에서만 스칼라를 찾았고, 그 횟수가 반복될 수록 스라는 미지의 인물인 고르치 남작에 대해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은퇴와 함께 텔레크 백작과 결혼하기로 선언한 스라는 마지막 공연에서 갑자기 숨을 거두고, 고르치 남작은 사라진다. 그것이 5년 전 일이다.


[각주:5]

카라파티아 성에 흥미를 갖지 않았던 텔레크 백작은 고르치 남작의 이름을 듣자 5년 전 일이 떠오르고, 카라파티아 성에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이 고르치 남작이 저지른 일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된다.


그날 밤, 텔레크 백작은 스틸라의 노래소리를 듣게 된다. 스틸라가 죽던 그날 밤 공연에서 불렀던 노래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텔레크 백작은 꿈이라고 위안하지만, 미노스 왕의 딸[각주:6]에 대한 사랑이 테세우스를 이끌듯 텔레크 백작은 점점 카라파티아 성에 이끌리고, 로츠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성 위에서 두 팔을 벌리며 텔레크 백작을 부르는 듯한 모습을 한 스틸라를 보게 된다.


"스틸라… 스틸라가… 살아 있어!"[각주:7]

 

갑자기 나타난 스틸라에 이끌린 텔레크 백작은 먼발치에서만 살펴보겠다는 생각을 잊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카라파티아 성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곧 어두운 지하에 갇히게 되고, 거기서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데




쥘베른의 소설 『카르파티아 성』에서 카라파티아 성과 로돌프 데 고르치 남작의 이미지는 흡사 드라큘라 성과 드라큘라 백작이 떠오르는데 책 후반의 작품 해설[각주:8]을 보면 실제로 드라큘라 성城과 배우 흡사하다고 한다. 그러나 쥘베른이 그 성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유럽 사람들에게는 트란실바니라는 지역이 문명이 뒤처진 원시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기에 초자연적인 것을 믿는 마을 사람들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지역을 배경으로 한, 유명한 『흡혈귀 트라큘라[각주:9]가 5년 후 출판된다.


소설의 후반에 이를때까지 미지의 인물로만 묘사되고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고르치 남작과 그를 따르는 발명가 오르파니크는 『해저 2만리』의 네모 선장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데, 문명을 거부하고 사람들을 피해 은둔하는 모습에서 기시감旣視感을 갖게 한다. 이를 "네모 선장은 후기의 염세적 경향을 예고하는 중요한 요인"[각주:10]이라고 작품 해설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스틸라의 다른 노래가 담긴 축음기가 있음에도 마지막 남은 축음기 박살나자 고르치 남작이 카르파티아 성과 운명을 같이한 이유는, 오르파니크도 소설 속에서 설명할 수도 없다고 말하지만, 무엇이었을까. 스틸라의 '마지막 노래'만이 고르치 남작에게는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고르치 남작은 알지 못했지만(또는 뒤늦게 깨달았지만) 고르치 남작은 카르파티아 성의 또다른 모습이었을까.


지구 속과 바다 속,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기존의 쥘 베른 소설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지만, 쥘 베른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The Illustrated Jules Verne : http://jv.gilead.org.il/rpaul/


  1. 출처: http://jv.gilead.org.il/rpaul/Le%20ch%C3%A2teau%20des%20Carpathes/ [본문으로]
  2. 마자르어(헝가리어)로 '에르델리' 즉, '숲의 나라'다., p12 [본문으로]
  3. p33 [본문으로]
  4. p130~p132 [본문으로]
  5. 출처: http://jv.gilead.org.il/rpaul/Le%20ch%C3%A2teau%20des%20Carpathes/images/033.jpg [본문으로]
  6. p219 주석 [본문으로]
  7. p207 [본문으로]
  8. p287 [본문으로]
  9. p288 [본문으로]
  10. p29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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