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www.avidly.org/wp-content/uploads/2012/09/moby-dick1.jpg


이마에 주름이 잡혀 있고 아가리가 우그러진 고래를 발견하는 자. 대가리가 희고 오른쪽 꼬리에 구멍이 세 개 뚫린 고래를 발견하는 자. 그 흰 고래를 발견하는 자에게 이 금화를 주겠다! (p214)


話者는 자신을 이슈메일(Ishmael)이라고 부른다. 이슈메일(또는 이스마엘)은 구약성서 (「창세기」16장)에 나오는 '방랑자', '세상에서 추방당한 자'라는 뜻을 갖고 있는 인물이고, 모비딕의 이슈메일 자신도 누군가에 의해, 아니면 스스로, 세상에서 도망쳐 고래잡이 배에 타게 된다.



모비 딕

저자
허먼 멜빌 지음
출판사
작가정신 | 2011-05-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주와 자연, 인간의 숙명을 노래한 서사시!집착과 광기에 사로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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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일은 낸터켓에서 뛰어난 작살잡이 - 순수한 철학자일지도 -인 야만인 이교도 퀴퀘그와 진정한 친구가 되고 함께 고래잡이 배인 '피쿼드' 호에 같이 오른다.


'피쿼드' 호의 선장은 에이해브. 다리 하나를 고래에게 잃고 고래뼈로 만든 의족義足에 의지해, 그 흰고래를 잡기 위한 광기에 빠져있는 초로의 노인. 열여덟 살의 소년 작살잡이로 시작해 40년간 고래를 잡고, 쉰 살이 넘어서 얻은 소녀 같은 아내와 어린 아들이 있지만 그 무엇도 흰고래를 잡기 위한 그의 광기를 꺾을 수 없다. 그 흰고래의 이름이 모비딕(Moby Dick)이다.


에이해브의 명령에 따라 세 척의 보트를 지휘하는 항해사, 스타벅, 스터브, 플래스크. 이슈메일은 퀴퀘그와 그들, 그리고 다른 선원들과 함께 미국 동부 해안에 있는 섬, 낸터켓을 출발한다.



출처:http://mobydick.info/mapgood.jpg


위대한 소설은 스포일러를 극복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글의 시작과 결과를 모두 알고 있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글. 그런 글만이 오랜 시간 위대한 글이 된다는 것이다. 「모비딕」이 바로 그런 소설이다.


「모비딕」은 소설의 시작부터 그 비극적인 결말을 숨기지 않는다. 에이해브의 모자를 검은 물수리가 낚아채어 잃어버리고[각주:1], 천둥과 번개 속에 나침반은 고장이나고, 측심줄은 끊어지는 불행의 암시는 계속된다. 또한 '딜라이트' 호 선원들의 죽음을 통해 흰고래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알리지만, 에이해브 선장의 광기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에이해브 선장과 '피쿼드' 호의 죽음을 배화교도 페달라의 입을 통해 다음과 같이 예언을 한다.


"또 꿈을 꾸었어."
"영구차 꿈 말인가요? 영구차도 관도 성장님 것일 리가 없다고 내가 말했잖습니까?"
"바다에서 죽는데 관에 들어갈 사람이 어디 있나?"
"하지만 선장님은 이 항해에서 죽기 전에 바다에서 두 개의 관을 보게 될 겁니다. 첫 번째 관은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게 아니고, 마지막 관은 눈에 보이는 목재를 보면 미국에서 자란 나무가 분명합니다." - p592


그러나 '피쿼드' 호에서 에이해브 선장의 모비딕에 대한 광적인 분노를 위험하게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터브 등 몇몇은 미친 노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리라고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스타벅만이 비극적인 불행의 끝을 알고 있었으며, 에이해브 선장을 죽여서라도 모비딕을 찾는 여정을 멈추고 싶어했다. 그러나 끝내 그도 그 비극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들은 왜 자신들의 비극을 알지 못했을까?




김석희氏가 번역하고 「작가정신」에서 출판된 모비딕은 7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완역본이다. 몇개의 출판사에서도 완역으로 생각되는 책이 있지만, 譯者가 마음에 들어 구매 후 오랜기간 꽂아두기만 했다.


그러나 하염없이 책장에만 있는 책을 보노라니, 숙제를 미루둔 느낌이 들어 꺼내들었는데, 완독하는데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원래 책을 빨리 읽는 편은 아니라고 해도 유난히 긴 시간이 소요된 것은 중간중간 다른 책(실용서)을 봐야했기 때문이었는데, 과정과 결말을 알고 있고, 긴 시간을 드문드문 끊어 읽느라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음에도 매우 재밌었고 흥미를 잃지 않았던 것은 원작의 위대함일까.


허먼 멜빌은 이슈메일의 입을 통해 비극이 어떻게 시작되고, 깊어가고, 끝나는가를 우리에게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에이해브 선장의 광기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 광기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나는 깨닫지 못했다.


비극을 알면서도 비극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 나 또한 자신만 모르는 뻔한 비극, 불운한 불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을 읽어가면서도 언젠가 다시 한번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책, 「모비딕」이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금방 없어질 하얀 자국만 남기고 바다 위만 스쳐가는 보트와 같이 책의 껍데기만 스쳐 읽은 것 같아 매우 아쉬웠다. 다시 읽게 되면 아득히 깊은 바다의 밑바닥을 헤엄치는 향유고래처럼 허먼 멜빌이 얘기하고 싶었던 책의 깊숙한 속마음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거대한 한편의 연극, 또는 누군가 노래하는 서사시를 듣는 듯한 기분이 이 책의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허먼 벨빌이 직접 쓴 원서原書의 느낌인지, 飜 후의 느낌인지는 모르겠고..





출처: http://radiganneuhalfen.blogspot.kr/2008/06/moby-dick-and-ahab.html


  1. p639 [본문으로]
  2. 그러나 오늘날 고래는 절멸해가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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