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눈앞에는 오로지 한 가지 목표만 놓여 있었다.

이르쿠츠크! 반드시 그곳에 도착해야 한다![각주:1]


한 사나이가 있었다. 타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영화 5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강철 같은 몸을 지닌 남자. 그러면서 더없이 고결한 마음을 가진 남자. 그 남자의 이름은 니콜라이 코르파노프.


소박한 러시아식 옷차림에 배낭을 짊어진 평범한 상인인 니콜라이 코르파노프는 시베리아 동쪽 끝에 위치한 이르쿠츠크에 가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에 눈에 띄지 않도록 조용히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과묵한 성격으로 어딘가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상인은 아닌 듯 했다.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니콜라이라는 이름은 그의 본명이 아니다. 본명은 미하일 스트로코프. 황제전령부대 대위인 그는 시베리아 출신으로 현재 자신의 신분과 이름을 숨기고 상인으로 위장한 것이다. 그의 임무는 황제의 밀서密書를 황제의 동생인 대공에게 전하는 것. 즉, 황제의 밀사密使가 그의 임무였다.


러시아의 동쪽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이반 오가레프라는 러시아 사람이 자신의 나라를 배반하고 타타르족을 충동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이반 오가레프는 에미르라 불리우는 페오페르 칸을 앞세워 시베리아 도시들을 하나씩 점령하였고, 마침대 황제의 동생이 있는 이르쿠츠크로 총부리를 겨누가 시시각각 위협하고 있다. 만일 시베리아 동쪽의 큰 도시인 이르쿠츠크가 점령된다면, 러시아의 동쪽 대부분은 타타르족의 칸인 페오페르 칸의 수중에, 아니 이반 오가레프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시급한 때에, 미하일 스트로코프는 이러한 중차대한 소식을 알리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이루쿠츠크까지 약 5,200킬로미터의 먼 여행을 떠난 것이다. 이 거리는 모든 교통수단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황제의 전령이라면 4주 내지 5주가 걸리는 거리였지만, 전신電新도 교통도 끊긴 지금에는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수 없는 거리로, 때는 7월 여름이었다.




황제의 밀사. 1

저자
쥘 베른 지음
출판사
열림원 | 2008-04-2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시베리아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과 사랑! 쥘 베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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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공은 이반 오가레프의 배반을 알지 못했다. 더구나 이반 오가레프가 대공에 의해 강등을 당한 일로 인해 강한 복수의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도,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대공을 속여 이르쿠츠크를 단번에 삼키려 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이 사실은 오직 황제의 밀사만이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


모스크바를 떠난 미하일 스트로코프가 탄 기차에는 목적지가 같은 두 명의 남자와 한명의 젊은 여자가 있었다. 한명은 유쾌한 성격의 프랑스 특파원 알시드 졸리베였고, 다른 이는 진지하고 엄숙한 <데일리 텔레그래프> 특파원인 영국인 해리 블라운트이다. 두 사람은 러시아에서 반란의 조짐을 알고 이를 취재하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같은 기차에 탄 것이다.


그리고 나디아라는 이름의 젊은 여자는 얼마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이르쿠츠크에 유배되어 있는 아버지인 바실레 페도로를 만나 같이 살기 위해 길을 떠난 것이다.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니 그것은 위험과 고난의 여정이었다. 가장 먼저 닥친 장애물은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벌어졌다. 타타르족의 위협으로 니즈니노브고로드 총독은 러시아인의 이주를 금지하였던 것이다. 알시드 졸리베와 해리 블라운트는 러시아인이 아니었고, 미하일은 황제로부터 받은 포다로시나[각주:2]가 있었기 때문에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지만 나디아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기차에서부터 나디아를 놀라움과 동정심으로 바라봤던 미하일은 자신의 누이라고 하여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기로 마음먹었던 나디아의 여행이 계속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나디아의 여행이 계속되도록 도와주면서 자신의 신분을 감출 수 있기에 둘은 여행을 같이 하게 된다. 페름까지 배로 여행했던 이들은 여기서부터는 타란타스[각주:3]라는 마차여행을 시작한다. 먹고 자는 시간을 최대한 아끼면서 마차는 끊임없이 동쪽으로 달려 우랄 산맥에서 무서운 폭풍을 맞이하게 된다.


고도가 비교적 높지 않아[각주:4] 평상시의 우랄 산맥은 쉽게 지나다닐 수 있다. 그러나 폭풍우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폭풍우를 무릅쓰고 달린 그들은 우연히 어려움에 처해있는 알시드와 해리를 위험에서 도와주고 같이 이심까지 동행을 한다.


미하일은 빨리 떠나고 싶었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었고, 특파원인 두 사람이 눈치 채기 전에 헤어지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를 막고 말을 가로채는 군복을 입은 마흔 살 정도의 건강한 체격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미하일에게 모욕을 주며 말을 가로챘지만 분란이 일어나 자신이 주목받는 것을 꺼렸던 미하일은 묵묵히 참을 뿐이다.


어쩔 수 없이 시간을 허비한 미하일 일행은 다시 박차를 가해 동쪽으로의 여행을 시작하였고, 이르티시 강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배에 올라 강을 건너던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타타르족 병사들이 가득 탄 배였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하였고, 마지막 순간 미하일은 나디아를 이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는 찰나..


미하일은 창에 찔려 물살에 흽쓸려 사라졌고, 나디아는 타타르족의 배로 끌렸다.


사흘 후..


미하일은 낯선 곳에서 눈을 떴다. 천만다행으로 한 농부에 의해 구조되었고 기적적으로 부상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그러나 여행을 계속하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일어나 농부의 도움으로 옴스크에서 말을 구해 여행을 계속하게 된다.


옴스크는 미하일의 고향이었고, 어머니가 사는 곳이었다. 현재 이반 오가레프에 의해 점령되었는데, 그곳에서 미하일은 드디어 이반 오가레프의 얼굴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모욕을 주며 말을 빼았던 사람의 얼굴도 함께..


그러나 미하일의 어머니가 우연히 그를 알아보게 된다. 그는 사람을 잘못 보았다고 자리를 피했고, 어머니도 그 뜻을 이해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반 오가레프는 밀사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를 추격하게 된다.


쫓기는 몸, 게다가 적진 깊숙히 들어가야 하는 지독한 어려움 속에서 미하일은 콜리반에 이르게 되는 그때, 콜리반은 러시아군과 타타르군이 전투중이었다. 미하일은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 전신국에 들어가 몸을 피하는데, 거기서 그는 익숙한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이심에서 헤어졌던 알시드와 해리였다.


아직까지 전신국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알시드와 해리는 지금까지의 정보를 상대보다 먼저 보내기 위해 다투었고, 미하일은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때 포탄 한 발이 전신국 벽을 뚫고 들어왔다. 건물은 타타르 병사들에게 포위되었다.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었고, 두 명의 특파원은 타타르 병사들에게 사로잡혔다.


그리고, 미하일도 기습을 받고 타타르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미하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황제의 전령을 전할 수 있을 것인가?


황제의 밀사 2부에서 계속





삽화자료: http://jv.gilead.org.il/rpaul/Michel%20Strogoff/


  1. p5 [본문으로]
  2. 역마를 이용해도 좋다는 허가증. p55 [본문으로]
  3. 러시아의 대형 4륜 마차 [본문으로]
  4. 최고봉 1,500미터. p14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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