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밀사 1편에서 계속》

시아를 지키기 위해 황제의 전령을 갖고 모스크바를 출발해 이르쿠츠크로 향하던 미하일 스트로코프. 그는 콜리반에서 타타르 병사에 붙들렸다. 과연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타타르족은 이미 여러 도시를 점령하고 수많은 포로를 붙잡았다. 그곳에는 미하일 뿐 아니었다. 옴스크에서 이반 오가레프의 눈에 띈 미하일의 어머니, 마라파 스트로고프와 이르티시 강에서 붙잡힌 나디아도 있었다. 다만 그들은 각자의 존재에 대해서 까맣게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미하일은 탈출을 생각했지만 삼엄한 경비 때문에 오히려 포로인채로 톰스크까지 가는 것이 안전했다. 그래서 적당한 기회만 옅보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이반 오가레프는 미하일이 포로가 된 것을 몰랐다. 그러나 이러한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포로들 속에서 마르파와 나디아는 가깝게 지냈다. 나디아는 낯선 노인이었던 마르파가 왠지 끌어당기는 마음이 들어 도왔고, 마르파는 나디아의 도움을 거부하지 않았다. 둘은 서로 의지하며 힘든 포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각자의 존재를 모르던 그들은 우연히 만나게 된다. 나디아는 순간적으로 미하일을 부르지만 위험을 감지한 마르파와 나디아는 자제력으로 참아낸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바로 이반 오가레프의 밀정이자 집시 여자였던 상가레였다.


이반 오가레프는 포로 속에 미하일 스트로고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를 찾아내기 위해 그의 어머니인 마르파를 가혹하게 고문할 것이고 하면서 미하일을 찾아내고자 한다. 결국 어머니의 고통을 참을 수 없었던 미하일은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미하일에게 남은 운명은 죽음 뿐이었다.




황제의 밀사. 2

저자
쥘 베른 지음
출판사
열림원 | 2008-04-2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시베리아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과 사랑! 쥘 베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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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르는 코란을 펼쳐들고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타타르족은 재판관의 손가락이 닿는 구절의 뜻을 해석한 뒤, 그것을 선고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울라마(이슬람 신학자)의 우두머리가 큰 소리로 낭독하였다.


"그는 더 이상 이 땅의 사물을 보지 못할 것이다."[각주:1]






미하일은 죽지 않았다. 미하일이 받은 벌은 장님이 되는 것이었다. 집행인은 붉게 달군 칼날을 눈앞을 스치게 하는 타타르식 방식으로 장님이 되었고, 그 모습을 본 미하일의 어머니는 쓰러졌다. 더이상 견딜 수 없던 마르파가 숨을 거둔 것일까?


그날 밤, 미하일과 나디아는 타타르의 축제로 장교와 병사들이 모두 술에 취한 틈을 타서 탈출을 하였다. 이제부터 미하일의 눈은 나디아였다. 그리고 이르쿠츠크까지 가는 안내하는 것도 나디아였다.


더 이상 말도 마차도 빌릴 수 없었던 미하일과 나디아는 한발 한발 이르쿠츠크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고달픈 여행은 의지가 매우 강한 나디아도 견딜 수 없는 순간을 준다. 그때 그들은 니콜라이 피가소프라는 동정심 많고 상냥한 젊은이를 만나게 되고, 그의 키비트카를 타고 같이 여행을 하게 된다. 그는 미하일이 포로가 된 콜리반 전신국에서 근무하던 젊은이였고, 미하일이 체포되기 직전에 전신국을 빠져나갈 수 있어서 다행히 포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미하일은 비록 느리지만 이르쿠츠크로 가는 길이 훤히 뚫렸을 거라고 기대했다. 게다가 이반 오가레프보다 앞서서 가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는 매우 행운이었다. 계절은 어느덧 9월에 이르러 낮은 눈에 띄게 짧아졌다.


그러나 그들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니즈네우딘스크가 가까워졌을 때 땅에 널부러져있는 송장을 보았고, 도시는 불타고 있었다. 타타르군이 도시를 점령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포로가 되었다.


미하일과 나디아는 또 다시 탈출했다. 타타르 병사들이 술이 취한 상태에서 미하일을 묶은 끈이 끊어진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상냥한 젊은이 니콜라이는 나디아를 욕보이려는 타타르 병사 한명을 죽이고 꽁꽁 묶여있기에 탈출 할 수 없었다.


결국 니콜라이는 타타르의 잔인한 관습에 따라 그의 개, 세르코와 함께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은 니콜라이와 개를 묻어주었다. 멀리서 에미르의 전위부대가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다정한 친구를 정성스럽게 매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거리는 200킬로미터. 그리고 12일 후인 10월 2일 저녁 6시, 그들은 바이칼 호 앞에 서게 된다.


피로와 굶주림으로 죽음 이외에 기대할 것이 없는 그들. 6,000킬로미터의 여정 중 이제 남은 거리는 140킬로미터. 건장한 남자라면 사흘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그들은 그렇지 못했다.[각주:2]


그러던 그들에게 작은 행운이 다시 찾아왔다. 바이칼 호와 앙가라 강을 이용해 이르쿠츠크로 들어가려는 러시아인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리스트비얀카의 버려진 항구에서 다시 특파원 알시드 졸리베와 해리 블라운트를 만나게 된다.


호수와 강이 어는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얼음으로 인해 앙가라 강의 폭은 절반으로 좁아졌고 뗏목은 앞으로 가기 쉽지 않았다. 또한 얼음은 늑대들이 뗏목을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다.


밤의 어둠을 틈타 이르쿠츠크로 향하던 뗏목은 마지막 기회를 노렸다. 더 늦어진다면 얼음으로 인해 이르쿠츠크로 가겠다던 그들의 목표는 좌절되고 타타르 병사들의 손에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 순간..


오른쪽 강둑에서 총성이 울렸다. 잠시 후 왼쪽 강둑에서도 총성이 들렸다.


미하일은 나디아에게 말했다.


"가자, 나디아."[각주:3]


얼음덩이 위에 몸을 실고 강둑으로 향하던 그들.. 그러나 도시를 눈앞에 두었을 때 갑자기 나디아가 소리를 질렀다.


미하일 스트로고프는 외쳤다.


"아아, 하늘도 무심하구나!"[각주:4]


그들의 임무는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쥘베른의 소설 경이의 여행 시리즈 14번째 소설인 《황제의 밀사는 황량한 시베리아 벌판을 가로지는 한편의 로드무비가 연상된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무척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여러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Films and TV[각주:6]

  • Michael Strogoff, a 1926 US silent film with Technicolor sequences
  • Michel Strogoff, a 1936 French film, co-directed by Jacques de Baroncelli & Richard Eichberg. Anton Walbrook starred as Michel Strogoff.
  • The Soldier and the Lady, a 1937 US film, produced by RKO and directed by George Nichols Jr. Anton Walbrook reprised his role as Michael Strogoff for this US version.
  • Strogoff (1970)
  • Michael Strogoff: Der Kurier des Zaren (1975) (German 4-part TV drama produced by ZDF, starring Raimund Harmstorf)
  • The Courier of the Czar (1999)


국내에도 1980년대에 방송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각주:7] 정확한 정보는 찾지 못했다.


강인한 체력과 의지, 그리고 정확한 판단력의 소유자는 쥘베른 소설 속 주인공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다른 소설에 비해서 진지하고 무거운 편이다. 물론 프랑스와 영국 특파원 알시드와 해리의 경쟁은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시베리아 전체에서 벌어지는 전쟁,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죽음, 상냥한 젊은이 니콜라이의 비극적인 죽음은 다른 소설에 비해 비극적인 색채가 강하다.


그러나 어둠이 짙을수록 빛이 밝듯, 비극적일수록 주인공의 의지가 더 빛이 나는게 아니겠는가.


책 말미의 해설을 보면 이 소설이 『80일간의 세계일주』와 비교된다고 한다. 정해진 기간안에 여행을 해야하고, 그들에게는 극복해야할 시간과 공간의 장애가 존재하고, 파스파투르가 헌식적으로 필리어스 포그에게 도움을 주었듯, 나디아는 미하일 스토르고프를 돕는 공식이 같다는 것이다.[각주:8] 책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미하일과 이반의 국가와 의무에 대한 자세를 대조한 해설 부분도 재밌으니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만, 쥘베른 소설을 읽다보면 아시아보다는 유럽이, 흑인보다는 백인이 우월하다는 표현은 빠지지 않는다.
황제의 밀사에서도 반란을 일으킨 타타르 족의 풍습을 유럽의 문화보다 낮게 보거나 야만적으로 보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만일 쥘베른이 21세기를 살아가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문제겠지만, 19세기를 살았던 유럽인의 인식은 그것이 정상이지 않았을까. 항상 하는 얘기지만,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도 선천적 노예제도를 인정하였으므로.[각주:9]


따라서 지금의 눈으로 과거를 판단하면 어이없는 실수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소설 뿐 아니라 역사를 판단할 때 항상 주의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와 거친 시베리아의 스텝지대를 눈 앞에 펼쳐 놓은 것 같은 쥘베른의 소설 황제의 밀사》는 비록 개인적으로 미하일이 눈을 뜨게된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은 납득하기 힘들지만 -타타르의 집행 방법이 완전치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항상 하는 얘기지만, 이 얘기는 빼놓을 수 없음) 쥘베른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다.



삽화자료: http://jv.gilead.org.il/rpaul/Michel%20Strogoff/

  1. p87 [본문으로]
  2. p179 [본문으로]
  3. p208 [본문으로]
  4. p211 [본문으로]
  5. p243 [본문으로]
  6. 출처: 위키백과 [본문으로]
  7. 관련정보: http://blog.daum.net/yoont3/11300655 [본문으로]
  8. p288 [본문으로]
  9. 출처: 위키백과http://ko.wikipedia.org/wiki/노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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