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의 꿈은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었다. 그는 몰랐다. 자신의 꿈이 어느새 자기 등뒤에, 저 뉴욕 너머의 혜량惠諒할 수조차 없는 불확실성 너머, 밤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미국의 어두운 들판 위에 남겨져 있었다는 것을.[각주:1]



위대한 개츠비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9-12-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개츠비는,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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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

설 속 화자話者의 이름은 닉 캐러웨이Nick Carraway. 그는 1900년대 초 미국 중서부 도시에서 삼대에 걸친 부유한 집안 출신이다. 그리고 1922년 봄 '눌.러.앉.을.생.각.으.로' 동부로 가고, 그곳에서 개츠비를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을 번역한 소설가 김영하氏는 '표적을 빗나간 화살들이 끝내 명중한 자리'라는 멋진 한 문장으로 이 소설을 표현하고 있다.


모두 다 빗나간 화살들. 그런데, 만일 그날 정원사의 말처럼 수영장의 물을 빼고 개츠비가 수영을 하지 않고 닉과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면, 마이케일러스가 목사에게 전화를 해 윌슨을 혼자 있도록 하지 않았다면, 머틀이 노란 차를 향해 뛰어들지 않았지만, 데이지가 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개츠비의 노란색 오픈카를 톰 뷰캐넌이 운전하지 않았다면, 연료가 충분했다면, 데이지가 모두에게 시내에 나가자고 하지 않았다면, 데이지의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면, 갈색 승마복을 입은 여자가 개츠비 집에 들려 그와 톰 뷰캐넌이 만나지 않았다면, 닉이 캐츠비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거나 뷰캐넌이 정부를 두지 않았다면, 어느 토요일 밤 개츠비의 파티에 가지 않았다면, 닉을 파티에 초대하지 않았다면, 파티에서 조던 베이커를 만나지 않았다면, 수상비행기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개츠비의 옆집에 살지 않았다면.. 전쟁이 없었다면..


그날, 유난히 덥지 않은 날이었다면..


그들의 화살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을까.







어쩌다보니 세 개의 출판사에서, 역자譯者가 각기 다른 『위대한 개츠비』를 갖게 되었다. 역자가 다른만큼 같은 내용지만 느낌이 미묘하게 다르다.


소설 첫 시작이기도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닉의 아버지가 닉에게 충고하는 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예로들어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에 깊이 되새기고 있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각주:2]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맑게 갠 아침에는......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전진하는 것이다.[각주:3]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리고 상처받기 쉬웠던 시절에 아버지가 충고를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는 그때 이래로 그 말씀을 마음 속에 되새겨 왔다.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면, 네가 지닌 이점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누리고 있지는 못하다는 걸 꼭 기억하려무나."[각주:4]


개츠비는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그것은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뒤로 물러가는 최고의 환희를 약속해 주는 미래였다. 그때 그 미래가 우리를 교묘히 피했던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팔을 더 멀리 뻗을 테니까...... 그러면 언젠가 어느 맑은 날 아침이......

그러므로 우리는 흐름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각주:5]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각주:6]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지기만 하는 황홀한 미래를. 이제 그것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뭐가 문제겠는가.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마침내 어느 찬란한 아침......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각주:7]


같은 내용이지만 역자에 따라서 느낌이 사뭇 다르다. 어느 번역이 더 훌륭하고의 문제보다는 각 역자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김영하씨의 번역이 읽기 편했고, 마음에 든다.


펭귄클래식 코리아판으로는 앞의 이만식譯 本은 절판된 것으로 보이고, 다른 역자(김보영)의 책이 판매중인데(2009년에 첫 판이 나왔고, 2011년 12쇄인데 다른 역자로 바뀐 이유는 무얼까. 앞 부분만 보면 번역이 젊어진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모 출판사를 겨냥하지 않았을까 하는건 그저 내 느낌적인느낌), 최근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맞춰 각 출판사마다 저렴한 가격에 마케팅 중이니 주머니 얇은 독자에게는 (한편으로는) 반가운 때기도 하다.



  1. p224 [본문으로]
  2. 민음사, p9 [본문으로]
  3. 민음사, p255 [본문으로]
  4. 펭귄클래식코리아, p77 [본문으로]
  5. 펭귄클래식코리아, p286 [본문으로]
  6. 문학동네, p11 [본문으로]
  7. 문학동네, p22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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