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삶은 온갖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단지 어떤 위험한 요인을 덜 위험한 요인으로 대체해 나갈 뿐이다. 예를 들어 살충제에 노출되는 것은 항생제를 먹는 것보다는 위험하지만, 핵발전을 하거나 등산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 위험하다.

  • 2013년 5월



내추럴리 데인저러스

저자
제임스 콜만 지음
출판사
다산초당 | 2008-07-30 출간
카테고리
건강
책소개
유기농이 더 위험하다고? 살이 찌지 않는 지방? 인류가 콩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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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넷, TV, 책 등 많은 미디어를 통해 하루에도 수없는 건강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이다. 많은 자본들이 건강분야에 집중하고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건강 비법을 자랑한다.


'자연산', '유기농', '천연'이라는 단어를 사람들은 '안전'이라는 단어와 동일시하며, 어떠한 위험도 없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인공', '화학'이라는 단어는 '치명적'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정말 그런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그렇다고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상반되는 의견과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속에서 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판단을 할 수 없다. 과연 어떤 말이 옳을 것인가?


여기에 대한 길잡이를 해줄 좋은 책이 있다. 바로 내추럴리 데인저러스(naturally dangerous)


저자인 제임스 콜만(James Collman)스탠포드 대학교 화학부 교수로 두 명의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한 저명한 학자이며 유명한 학자 중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몇 안되는 학자라고 한다.


나를 포함해 자연산은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적인게 위험하다는 제목은 의문을 넘어서 반감을 준다. 하지만 콜만 교수는 우리가 느끼는 잘못된 정보로 인한 공포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한다.


1. 완전히 안전한 물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적 화학 물질이든, 인공적 화학 물질이든 모두 위험할 수 있다.

2. 인간에게 어떤 물질의 안전성이나 효율성은 농도에 따라, 그리고 신체중 어느 부분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달리진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특정 음식은 무조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어떤 성분은 몸에 극히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은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그 물질이 어떻게 쓰이느냐, 얼만큼의 양으로 쓰이느냐에 따라 득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재밌는 예를 들어보자. 주름을 펴고 탱탱한 피부를 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물질이 있다면 그것은 보톡스일 것이다. 그런데 보통스는 BTX(Clostridium botulinum, 보톨리누스균)라는 물질로 구소련이 생물학전을 위해 만든 변종 탄저균으로 매우 치명적인 독소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보톡스는 해로운 물질인가, 이로운 물질인가.[각주:1]


미생물도 마찬가지이다. 빵을 만들때 사용하는 효모균은 피부에 감염될 겨우 입이나 질 속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각주:2] 즉 '어디에 머무르느냐'에 따라서 유용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것이지, 본질적으로 우리 몸에 좋거나 나쁜 물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와 같은 예는 '자연산' 및 '유기농' 제품에도 해당된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제품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TV에서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채소를 자랑하며, 농약을 뿌리지 않았으니 흙만 털어서 먹어도 된다며 직접 먹는 장면을 시범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짚을 썪힌 퇴비를 사용해 키운 유기농 식품이 실제로 우리 몸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식품과학자들이 있다. 그것은 자연 비료에 쓰인 동물의 배설물에 든 치명적인 세균들이 식품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농략 잔류물 때문에 죽었다는 사람은 지금껏 보고된 바가 없지만, 음식을 통한 세균 감염으로 죽은 사람은 매년 수백 명씩 보고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유기농으로 재배할 경우 세균의 위협에 노출될 확률이 8배나 높으며, 또한 아플라톡신 같은 자연 독소뿐만 아니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더 재밌는 것은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천연 식품에서는 천연 살충제를 자체적으로 만들며, 세대가 거듭될 수록 그 농도는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천연 살충제는 바로 천연 발암물질이라는 것. 우리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살충제는 피하고 있지만, 대신 '천연'으로 만들어진 살충제를 먹고 있는 것이다. 과연 '천연'으로 만들어졌기에 몸에 해롭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럼 우리는 미생물을 선택해야 하는가, 아니면 살충제를 선택해야 하는가?[각주:3]


다시말하자면 '천연', '자연'이 무조건 안전한가? '인공', '합성'은 몸에 해롭기만 한 것인가?


또한 저자는 잘못된 과도한 공포를 지적한다. 예를 들어,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한 사람들의 과도한 공포를 얘기하며,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전자변형 식품이 해롭다는 증거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히려 강력한 반대로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유전자변형 식품을 얻지 못하는 저개발국 사람들은 계속 식량 부족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각주:4]



실제로 최근에 영국의 저명한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는 GM 반대입장을 철회하고 GM 지지입장을 공식 선언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15 년 이상 3조나 되는 GM식품을 먹었으나 단 한 건도 위해성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유기농 음식을 선택해 사망한 사람들은 있지만 GM 식품을 먹고 사망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 GM 식품으로 다치기보다 소행성에 맞을 가능성이 더 많다.”며 “우리는 더 이상 GM이 안전한지 아닌지 논의할 필요도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또한 유전자변형 콩을 먹인 쥐의 불임과 사산과 관련된 실험(기사:계속되는 GMO 안전성 논란… 소비자는 불안)의 결과가 기사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갖게 되었는데, 이러한 연구 결과는 기사의 제목이 아닌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실(fact)을 골라내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사실만 골라낸다면 해당 실험은 과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고, 유전자변형 콩의 유해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참고: 유전자변형콩과 쥐의 사산 연구, 그 이후)


물론 과학은 새로운 사실이 계속 밝혀지므로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아야겠지만, 현재 우리는 GMO의 유해성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은 잠시 접어두고 오히려 식량 전체의 자본 종속화, 불균형 등의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혹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며, 어떤 해를 끼치게 될지 모른다고 할 수도 있다. 그 말이 사실이 되는 날이 올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은 믿는 것이 아니며, 결과가 확정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시기에 새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는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결과를 부정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물론 유기농 제품과 전통육종 제품의 가치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살충제를 사용해서 기른 제품과 GMO 제품을 최고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모두 위험성과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을 고려해서 가치를 증대시키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유기농 제품의 허(虛)를 인정해야 본래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잃지 않은 새로운 유기농 제품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저자는 또한 「건강 보조 식품을 둘러싼 오해들」을 통해 우리가 몸에 좋으리라고 믿고 먹었던 각종 비타민, 미네랄 등의 허와 실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건강보조제 시장은 끊임없이 커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건강을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에 크게 이상없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건강 보조제는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인체에 필요한 이러한 요소들은 "꼭" 필요하지만 "과도할" 경우에는 오히려 해가 되는데, 대부분 균형잡힌 식사를 통해 얻을 수 있고,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필요할 경우, 즉 건강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지나친 건강보조제를 먹고 있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사람이라면 과도한 복용을 당장 중지하고, 균형잡힌 맛있는 식사를 하도록 권장한다.


더불어, 저자는 지구 온난화, 방사능, 암, 광우병, 항생제, 약, 질병 등 다양한 내용을 균형잡힌 시각과 과학적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인들의 무지와 오해를 바로잡아주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무지와 오해 속에서 진실을 외면한 채 살고 있는가.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었고, 얼마전에도 다시 논란이 된, MSG의 무해성에 대해서 여전히 받아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도 전자레인지로 데운 음식이 건강에 매우 나쁘다고 믿는다. 천일염에 있는 미네랄이 미네랄은 소량 필요하고 일반적 식사에서 모두 다 섭취할 수 있음에도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에만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효용성에 비해 과도한 지탄를 받고 있는 설탕을 대신해 사람들은 꿀을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꿀의 주성분이 무엇이란 말인가?


때론  진실은 받아들이기 힘들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애써 피하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불편해도 진실에 한발자국 다가가고 싶다면, 그런데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내추럴리 데인저러스』를 추천한다.


과학적인 내용이니 만큼 저자는 웹사이트를 통해 새롭게 업데이트 된 내용을 알려주고 있으니, 책이 출판된 이후 무엇이 변했는지 웹사이트(http://www.naturallydangerous.com/) 도 방문해서 확인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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