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能臣이요, 亂世奸雄'이오


  • 2013년 2월


국인이 아니더라도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을 소설. 읽어보지 않았다고 해도 주인공을 알고 그들의 활약상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소설로는 삼국지가 빠질 수 없다.


삼국지의 매력은 무엇일까?

혹자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다양한 인물이 나오기 때문이라고도 하며, 영웅들이 야망을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외에도 삼국지를 읽은 사람들의 수만큼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모두가 시간이 지나도 삼국지의 인기가 시들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그렇듯 삼국지는 무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어릴때는 유비와 관우, 장비의 매력에 빠졌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조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는데, 단순히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는 매우 입체적인 조조의 모습 때문이다.




삼국지연의 세트

저자
나관중 지음
출판사
| 2003-07-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명나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개정하고 청나라 모종강본을 저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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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三國志演義는 評譯한 것이 아닌, 김구용이 청나라 모종강(毛宗崗) 본을 완역한 책이다. 삼국지는 그 인기만큼 많은 평역본과 번역본이 있고, 비판도 많다. 김구용의 삼국지연의는 한학에 조예가 깊은 역자이기에 좋은 번역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역삼국지를 지은 정원기에 따르면 가장 원전에 충실한 완역본이기는 하나 底本의 문제, 옛날식 한문 어투, 몇 곳의 오류 등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그래도 글 중에 나오는 한시를 멋스럽게 번역한 것은 김구용 삼국지연의의 매력이고(詩가 없는 삼국지는 춤이 빠진 뮤지컬이 아닐까?), 옛스러운 말투 또한 읽다보면 과거를 거슬러 올라간 기분을 느끼게도 하니 삼국지를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큰 후회는 없으리라. 다만, 문장 자체가 건조하여 때론 지루한 점이 있다는 것은 잊지 말기를. 물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좋은 번역의 삼국지로 꼽히고 있는 리동혁의 本삼국지와 정원기의 정역삼국지를 읽어보고 싶다.


지난  '항우강의'(우미인아, 우미인아 너를 어찌할 거나)에서 드라마 삼국지(三國志)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드라마라는 특성상 원작과는 다소 다른 부분도 있지만, 구성 전개는 원작에 최대한 충실했다고 생각된다. 특히 인물을 해석하고, 걸맞는 배역 선정이 매우 탁월했는데, 앞서도 얘기했지만 그중에서 조조(曺操)역의 진건빈이 단연 압권이다.


나중에 이중텐의 삼국지강의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조조의 성격은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다(누구의 성격이 단순하겠느냐만은). 삼국지를 처음 접한 어린 시절의 조조는 충의를 저버리지 않는 유비의 앞길을 막는 간악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조조에게는 유비보다 더 많은 출중한 인물들이 따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비는 뒤늦게 제갈량을 얻어 겨우 근거지를 마련하는 것과 비교해, 조조에게는 이미 순욱, 정욱, 곽가 등 당대 최고의 인물들이 그를 선택하였고, 그들은 뛰어난 활약을 한다. 당시 조조의 세력이 컸으므로 명예를 얻으려는 자가 모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들이 조조를 따를 당시에는 오히려 원소, 원술, 유표 등의 더 큰 세력이 존재했기에 그러한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연 당대의 뛰어난 인재들이 어째서 간사한 성격의 소유자, 아니 간웅을 선택했을까? 조조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었던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이중텐의 삼국지강의에서 다시 얘기해보기로 하자.


끝으로 여전히 조조를 미워하는 사람이라도, 조조를 미워할 수 없는 장면을 얘기하고 끝내기로 한다.




(관도대전을 준비하던) 조조가 (짬을 내어) 유비를 공격하고, 관우의 투항을 받아내는 것은 삼국지를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장면일 것이다. 관우는 유비의 행방을 알게 되면 언제든지 돌아가는 조건으로 조조에게 투항하고, 조조는 관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재물과 벼슬을 비롯해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나 관도대전을 앞두고, 원소 휘하의 안량과 문추를 죽임으로써, 조조에게 보답했다고 생각하는 관우는 유비의 행방을 알자마자 바로 떠나고, 뒤늦게 조조는 관우를 뒤따라와 배웅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조조는 관우에게 옷 한벌을 선물 하지만, 관우는 가는 길이 바빠 말에 내릴 수 없다며 창에 걸어달라고 내민다. 조조는 관우의 예에 어긋나는 행동에도 개의치 않고 옷을 창에 걸어주고는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물론 이 장면은 관우의 굳은 신의를 대표하는 장면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조가 인재를 얼마나 아끼는지를 대표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떠나는 관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관우와 같이 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조조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노라면, 조조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관우가 오히려 야속하게 느껴진다.


결국 고개를 숙이는 조조. 이런 조조를 과연 누가 미워할 수 있을까?


KBS 해외특별드라마 삼국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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