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병사들이 이미 초나라 땅을 완전히 포위했구나.

사면이 모두 초나라의 노래로다.

대왕의 의지가 이미 다했으니.

내가 어찌 살고자 할 것인가.  (虞姬)[각주:1]




항우강의

저자
왕리췬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2-07-2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위대한 영웅 항우의 흥망을 통해 승자의 조건을 밝힌다!중국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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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4월


근 중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삼국지(三國志), 초한전기(楚漢傳奇)[각주:2]가 KBS에서 방영하였다, 삼국지는 95회로 종료되었고, 초한지는 현재 방영중(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22회 방송). 방송얘기를 짧게 하자면, 안목없는 내가 보기엔 고전을 충실히 재해석하고 재미도 곁들인 드라마로 추천해주고 싶다.


특히, 진건빈이 맡은 曺操는 매우 훌륭했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 상에 나온 曺操의 모습은 잔인하거나, 웅장한 모습, 또는 너무 잘생긴 모습이다. 그러나 역사와 소설에 등장하는 조조는 결코 그와 같은 단순한 인물이 아니다. 반면에 위 드라마의 曺操의 모습은 천진스럽다가도 잔인하고, 배포가 크면서도 옛일을 잊지 않고 되갚는 다양한 모습이 섞여 있는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런 曺操를 보노라면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아니 그 인물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초한지의 劉邦역은 진도명으로, 몇년 전 EBS에서 방영한 臥薪嘗膽句踐역을 연기 배우다. 삼국지와 마찬가지로 초한지가 재밌는 이유를 꼽으라면 단연코 劉邦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劉邦의 모습은 너무 진지하다. 하지만 劉邦은 귀족 출신도, 큰 뜻을 품었던 사람도 아닌 한낱 평민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욕잘하고, 우스개소리 좋아하고, 진지하지 못한 모습이 진짜 劉邦의 모습일지 모른다. 진도명의 劉邦이 바로 딱 그 모습이니, 어찌 재밌지 않겠는가.


力拔山兮氣蓋世

時不利兮騶不逝

騶不逝兮可奈何

虞兮憂兮奈若何[각주:3]


힘은 산도 뽑아 옮길 만하고 기개는 세상을 덮고도 남았다.

형세 불리하니 오추마(烏騶馬)조차 나아가지 않는구나.

오추마가 나아가지 않으니 어찌하겠는가.

우미인아, 우미인아 너를 어찌할 거나.[각주:4]


劉邦이 욕과 우스개를 좋아하는 건달이었다면, 산을 뽑을 만한 기개, 力拔山의 기개의 소유자는 바로 항우 項羽이다. 농담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평생 진지하고 심각한 모습만 보였을 것 같은 사람.


항우는 유방과 직접 맞붙은 싸움에서 모두 승리를 할만큼 전투의 천재이다. 그러나 그런 항우도 딱한번 패하게 되는데 그 전투가 바로 垓下전투. 물론 엄격히 말하자면 유방과의 대결이라기 보다, 또다른 전쟁의 신, 한신과의 대결이다. 그리고 항우는 해하전투에서 해하가를 남기고 장렬히 자결을 한다. 삶과 죽음이 모두 극적이다.


역사는 언제나 승리자의 것이다. 그렇기에 敗者는 사랑받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삼국지의 유비가 중국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敗者라면, 항우도 패왕별희(覇王別姬)라는 경극을 통해서 끊임없이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항우의 어떤 점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가? 또 역발산의 기개와 전투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항우는 왜 유방에게 패하게된 것일까?


"항우강의"는 항우가 실패한 원인과 사랑받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항우가 실패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1) 정치적 유치함, 2) 군사활용의 수동적 자세, 3) 성격적 약점을 뽑는다.


정치란 결국 사람과의 관계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훌륭한 정치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항우는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 설정을 하지 못했다. 강함과 약함을 조절하지 못했고, 중요함과 그렇지 않음을 구분하지 못했다. 이는 적과의 관계에서 뿐 아니라, 부하 장군들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한 실수를 저질렀고, 결국 黥布 등 많은 자들이 등을 돌리며 자멸하게 된다.


그리고 항우는 투항한 秦나라 병사 20만을 죽이는 잔인함 등으로 민심을 얻지 못하고, 유일한 謀士인 范增과의 불화도 문제였다. 더군다나 저자(왕리췬)는 범증이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더 많은 유능하지 못했던 모사라고 말한다.


본인의 잘못으로 불행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항우. 그러나 그 자신이 한때나마 중국을 호령하던 西楚覇王이었고, 이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까.


책의 끝부분에는 항우를 노래한 많은 시들을 실려있으니, 중국 사람들의 항우에 대한 사랑을 한번 느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항우의 유일한 모사이지만 이류의 능력밖에 갖지 못했던 범증, 장막안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의 전장에서 승리를 하는 장량, 그리고 전쟁에는 천재이지만 정치에는 둔재였던 한신을 읽는 재미도 좋다.


초한지를 읽거나, 읽은 후, 드라마를 보거나 보는 중에 함께 보면 재미가 더하리라 생각한다. 또한 10년전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장국영을 통해 우희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1993년에 개봉한 영화 패왕별희를 추천한다.



  1. 항의강의, p226, 우희가 지은 垓下歌의 답가 [본문으로]
  2. http://www.ahtv.cn/huod/2012/12/chcq/ [본문으로]
  3. http://ko.wikipedia.org/wiki/항우 [본문으로]
  4. 垓下歌, 항의강의, p10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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